[Bitcoin] 비트코인 채굴이 친환경 발전의 수익성을 높인다고?

2021. 5. 19. 21:20Today I explored/Cryptocurrency

최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파괴적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반대로 오히려 친환경 발전, 그 중에서도 태양광/풍력 발전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흥미가 생겨 조사했어요. 최근 구독하기 시작한 뉴닉 NEWNEEK의 스타일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


어떤 보고서인데 그래?

Bitcoin is Key to an Abundant, Clean Energy Future,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어요.

누가 작성한 거야?

미국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Square[각주:1]와 파괴적 혁신 기업들에 주목하는 자산운용사인 Ark Investment가 공동으로 작성했어요.

3줄 요약부터!

... the Bitcoin network functions as a unique energy buyer that could enable society to deploy substantially more solar and wind generation capacity ...

...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독특한 형태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사회 전체의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확대시킬 것 ...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보고서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LCOE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LCOE (Levelized Cost of Energy)가 뭔데?

균등화 발전단가라는 단어인데요, 발전소를 짓기 전 사전 계획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소의 생애 전체에 걸쳐 사용되는 모든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전기를 만들 때의 원가를 말합니다.

LCOE가 어쨌길래?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의 LCOE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요.
친환경 발전 중 저렴한 편에 속하는 수력 발전과 지열 발전 수준에 도달한 것은 물론이고,
화석 연료 발전 중 제일 저렴한 석탄 발전의 수준도 3 ~ 5년 내로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2021 신재생자원 에너지 보고서 - 미 에너지 정보국

환경에도 좋은 태양광/풍력 발전이 저렴하기까지? 완전 좋은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죠.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하니까요.
더군다나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시점은 발전량이 줄어들거나 거의 없는 저녁 시간대이기 때문에, 발전량 최대 시점과 소비량 최대 시점 사이에 간극이 생겨요.

일중 시간대별 전력 요구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된 전기를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어딘가에 저장해놓거나 더 많은 지역과 연결해주어야 하는데, 두 방법 모두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발전소 사업자들은 항상 이 문제로 힘들어했어요.
이 지점에서, 보고서는 비트코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비트코인? 갑자기? 어떻게?

저장할 곳이나 전력을 보낼 곳이 없어 어차피 사라질 전기라면, 비트코인 채굴에 써보는 건 어떠냐는 것이죠. 어차피 사라질 전기였으니 비트코인을 채굴한 만큼 그대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비트코인으로 추가 수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전기를 저장할 곳이나 송전망을 덜 건설해도 되는 것이니 발전소 사업에 필요한 비용 또한 줄어들고,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더 쉽게 많이 건설할 수 있게 되고요.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많아지면 뭐가 좋은데?

  1. 태양광/풍력 발전이 확대될수록, 규모의 경제로 인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더 줄어들어요.[각주:2]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 전기 자체의 가격도 저렴해지게 되고요. 저렴해진 전기의 혜택은 사회의 모든 분야가 누릴 수 있을 거에요.
  2. 전기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탄소량이 줄어드는 것 또한 중요한 점이죠.
  3. 전기를 대량으로 써서 경제성이 너무 낮아 실행되지 않았던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들이 실현 가능성이 늘어나요. 바닷물을 담수화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거나,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수소를 순전히 친환경적 방식으로 생산하는 등의 프로젝트들이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4. 또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비상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어요. 평상시에는 비트코인 채굴에 쓰다가 비상 사태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소비하면 되니까요. 이번 겨울 미국 텍사스에 닥쳤던 한파로 전통적인 발전소들이 멈추며 일어난 정전 사태 같은 경우에 유용하겠죠.

말만 들으면 최고인 것 같은데? 당장 진행하면 되는 것 아냐?

전반적으로 희망적인 내용이지만, 보고서에도 한계점은 있어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데에는 ASIC이라는 특별한 기기나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필요해요.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는 ASIC과 그래픽 카드

컴퓨터에 관심이 조금 있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최근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서 컴퓨터 그래픽 카드의 가격도 급격하게 상승했어요.
태양광/풍력 발전소에서도 이런 기기들을 구입하게 된다면 비슷하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겠죠.
그리고 비트코인 채굴의 수익성 또한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사업을 계획하거나 할 때 확실한 자료를 얻기가 어려워요. 자금 조달 등의 경우에 문제가 되겠죠.

그럼 아무 의미 없는 거야?

꼭 그렇진 않아요.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대량으로 건설 중이고, 이 중 상당량이 전기를 저장할 곳이 없거나 송전망이 부족해서 손실되고 있거든요.
이 상태에서 일부만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더라도 발전소들은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에요. ASIC이나 그래픽 카드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아직은 송전망이나 배터리에 비하면 저렴하니까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정교한 계산은 다소 빈약하지만, 현재 주로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의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만으로도 가치 있는 보고서인 듯 해요.


참고자료


  1. 트위터 창업자인 Jack Dorsey가 2009년 설립한 업체에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2020년 매출액은 약 95억 달러라고 해요. [본문으로]
  2. 다소 희망적인 추정에 의하면, 전기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인 한계생산비용이 0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해요. [본문으로]